작년 어느 날, 잠들기 전 동백이를 문질문질 거리고 있는데, 뽈록. 느닷없이 동백이 왼쪽 등허리에 100원 동전만한 지름의 혹이 나 있었습니다. 이전의 혈변 사건 이후로 마음이 단단해졌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동백이의 건강과 관련된 일에는 면역이 생길 수가 없나봅니다. 이번에도 덜컥 겁이 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부터 해 보았습니다.
'강아지 등에 혹'
꽤 많은 사람들의 후기와 질문글, 전문가의 소견이 담긴 글까지 여러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 가장 그럴싸한 내용이 바로 '강아지 지방종'이었습니다. 종양이라고 하니 무시무시한 질병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우선 강아지 지방종에 대하여 인터넷을 샅샅이 찾아보았습니다.
강아지 지방종(지방 성분의 종양)
1) 특징
- 몸통의 피하지방층에 주로 생김(전신에 발생 가능)
- 강아지에게 흔히 나타나며, 보통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전체 피부종양 발생건 중 8% 정도라고 함)
- 원인이 뚜렷하지 않음(노화, 비만인 경우 확률 높음)
- 일반적으로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양성 종양
- 아주 드물게 악성
2) 증상
- 통증이 없음(동백이 것도 여러 번 눌러봤는데 별 반응이 없다..)
- 발병 부위에 따라 통증이 발생하기도 함
3) 처치
-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음(생명에 지장 없음)
- 제거해야 하는 경우: 통증을 느낌, 염증이나 출혈, 신체 활동에 지장을 주는 부위에 발생, 개수가 증가, 크기가 너무 커짐, 주변 조직에 침윤하는 형태
- 대부분 외과 시술로 제거
- 침윤성 지방종은 제거해도 재발 가능
지방종에 대해 낱낱이 찾아보고 실제 진료 사례도 찾아보니 가슴이 더욱 두근거렸습니다(물론 안 좋은 방향으로). 설마 우리 동백이가 지방종? 정확한 진료를 위해 또 다시 이루다동물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혈변 사건 때 맞았던 주사가 꽤 아팠는지, 이번에는 진료대에 올라가기를 극구 거부하던 동백이. 겨우 올려두니 동백이가 바들바들 떨어서 마음이 짠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녀석, 병원 무서운 줄은 아는가 봅니다.
잠시 이것저것 진찰을 하시더니 의사선생님께서 등에 난 혹의 뚜렷한 원인을 진단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관찰해보았을 때 지방종일 확률이 가장 높으며, 원인으로는 지방 과잉 섭취를 꼽으셨습니다. '동백이는 날씬한데요?', '지방질을 많이 먹지도 않는데요?'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솟았지만 잠자코 들었습니다.
이어서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걱정이 된다면 소염제를 먹일 수도 있지만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약은 웬만하면 안 먹이고 싶기도 해서 소염제는 처방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상담을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섭취하는 음식을 바꿔볼 것(화식 금지)
동백이는 현재 화식을 하고 있습니다. 정제되어 만들어지고 영양소가 고른 비율로 담겨 있는 사료와는 달리, 직접 만든 화식은 강아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소견이었습니다. 가공된 사료를 먹이기 싫어 직접 화식을 만들어 먹였던 것이 동백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당연히 화식에 지방이 많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았지만(닭가슴살, 달걀, 두부가 주재료) 적은 양의 지방이 함유되어 있을 것이니 지방종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둘째, 며칠 간 경과를 꼼꼼히 지켜볼 것
다행히 동백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진료 당시 2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지방종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없어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며, 재수없으면 점점 커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정말 지방종은 복잡한 녀석입니다. 그래서 동백이 등에 난 혹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크기가 변하지 않는지,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방종 의심 진단 이후
다행히 동백이 등에 난 혹은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자연 치유가 되었죠. 따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은 것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여전히 저 혹의 정체가 무엇인지 미스테리지만,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다신 동백이에게 나타나지 말거라!
당시 진단을 받고 사료를 하루에 2끼 먹이다가 다시 화식을 1끼 급여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백이에게 혹이나 다른 질병이 또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의 조언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동백이에게 사료를 급여해야 하는가? 이 논쟁은 저희 집안에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병원에 다녀온 뒤로 '사료 급여파'가 되었고, 엄마는 여전히 '그래도 화식파'입니다. 정작 동백이를 데려온 동생은 둘 중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니, 자식 키우기 참 어렵습니다.
이제 제주로 돌아가는 라봉이는 다시 동백이의 건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동백이 건강 담당은 바로 저 라봉이거든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바람에 말린 사료'라고 광고하는 강아지 사료를 발견하여 소량 구입했습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려 영양소 파괴가 적고 기호성이 높은 사료라고 합니다(사실 동백이는 모든 음식에 높은 기호성을 보입니다만). 과연 실제 사료의 모습은 어떤지, 동백이가 무탈히 잘 먹는지 벌써 너무나도 궁금해집니다. 다음에는 바람에 말렸다는 그 사료에 대한 포스팅을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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